"이 좋은 걸 그동안 왜 안했나"…日 물류 대란 '특단의 대책'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입력 2024-02-02 07:00   수정 2024-02-02 07:06



인구감소의 역습…'물류 2024년 문제'⑩에서 계속
오는 4월부터 트럭 운전기사가 부족해 화물이 멈추는 '물류 2024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기업은 트럭 화물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총동원하고 있다.

트럭의 1회 운행 시간의 4분의 1(평균 3시간)을 차지하는 물류창고 상·하차(화물을 트럭에서 싣고 내리는 일)와 대기시간을 줄이는 묘책도 마련됐다. 샴푸, 비누, 세제, 칫솔, 치약 등 생활용품 제조업체들이 공동 물류시스템 플랫폼을 운영해 트럭 기사의 작업시간을 40% 줄이는 방안을 내놨다.



일본의 대형 생활용품 업체인 라이온과 유니참, 유니레버재팬, 고바야시제약 등 제조회사와 팔택(PALTAC) 등 도매업체 10곳 이상이 물류시스템 플랫폼을 공동으로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참가회사들의 일본 생활용품 시장 점유율은 50%를 넘는다. 이 시스템은 운송 수단의 개선이 아니라 운송 업무 전체를 뜯어고친게 특징이다.

각 회원사는 상품을 발송할 때 운송 트럭이 실어나를 상품과 화물량 데이터를 미리 도매업체와 공유한다. 이를 통해 도매업체의 물류 창고에서 박스를 일일이 납품 전표와 대조해서 상품을 확인하는 검품작업을 없앨 수 있다.



검품작업은 트럭 운전기사의 상·하차와 대기시간이 하염없이 길어지는 원인 가운데 하나다. 지금까지는 제조업체와 도매상 사이가 사전에 상품 출하정보를 공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필요한 작업이었다. 라이온과 PALTAC이 새 시스템을 시험 운영한 결과 트럭 운전기사의 대기시간을 40% 줄일 수 있었다.

이 좋은 걸 그동안 왜 안했느냐. 경쟁이 치열한 일본의 생활용품 기업과 유통기업들은 경쟁사에 기업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이유로 물류 공동화를 꺼려했기 때문이다. 그 동안 기업들이 물류 효율화를 위해 협력하는 경우야 많지만 트럭 기사의 부담을 줄기 위해 대규모 공동 물류 시스템을 공유하는 것은 처음이다.

일본 최대 생활용품 업체 가오는 자체적인 물류망을 갖고 있어서 독자적으로 효율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3년 3월 아이치현에 개설한 물류 창고에서는 사전에 트럭의 상·하차 작업을 예약할 수 있도록 해 2~3시간 걸리던 작업 시간을 수십분으로 줄였다.



생활용품은 종류도 많고, 그만큼 소량을 여러차례 배송해야 하는 특성상 '물류 2024년 문제'를 일으키는 주요 업종 가운데 하나로 지적된다. 전일본트럭협회에 따르면 일본 전체 트럭 화물량의 4.5%(2020년 기준)를 생활용품이 차지한다.

일본 최대 생활용품 업체와 일본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경쟁사 연합이 트럭 기사 대기시간을 크게 줄임에 따라 문제해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스의 크기를 통일시켜도 운전기사 대기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일본은 골판지 제조사마다 박스 규격이 다르다. 지게차(포크리프트)가 박스를 대량으로 운반할 때 쓰는 팔레트의 규격도 마찬가지다.

박스 크기와 팔레트 규격도 제각각이다보니 트럭 운전기사들은 박스를 하나씩 화물칸에 되는대로 싣는 산적(ばら積み)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화물 적재량을 떨어뜨리고, 인력을 더 많이 소모시키는 요인이지만 일본에서 박스와 팔렛트 규격을 통일하는 논의는 아직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인구감소의 역습…'물류 2024년 문제'⑨에서 소개한 유통회사 연합 물류연구회가 '제조업체에 박스를 산적하지 말고 팔레트를 사용해 달라'라고 한 목소리로 요청하기로 한 정도다. 인구감소의 역습…'물류 2024년 문제'⑫로 이어집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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